2003년에 개봉한 〈무간도 2: 혼돈의 시대(無間道Ⅱ)〉는 1편의 큰 성공 직후 같은 두 감독 유위강과 맥조휘가 만든 프리퀄이다. 1991년 마약 조직의 두목이 살해되면서부터 1997년 홍콩 반환 직전까지의 약 6년을 배경으로, 1편에서 십 년 잠입을 견디던 진영인과 유건명이 어떻게 그 자리에 가게 되었는지를 천천히 되짚는다. 이 글에서는 OTT로 다시 본 감상과 함께,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빌려 영화 속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동의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들여다보려 한다.

1. OTT로 다시 본 무간도 2편 영화 후기
1편에 이어 2편 역시 OTT로 다시 봤다. 프리퀄임을 알고 보는데도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한순간도 호흡이 풀리지 않는다. 무간도 시리즈는 단순히 한 잠입 형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도시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 자체에 관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2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인물들의 젊은 시절이다. 1편에서 십 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던 양조위와 유덕화의 자리에, 그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여문락과 진관희가 들어선다. 그들이 보여주는 어색하고 불안한 표정은, 훗날 양조위와 유덕화가 보여줄 가라앉은 눈빛의 가장 처음 풍경처럼 다가와서 한층 묵직한 감정을 남긴다.
2. 사람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
2편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진영인은 마약 조직 보스의 이복동생이라는 지울 수 없는 출생 배경을 안고 태어났고, 유건명은 가난했던 어느 시절 한침의 정부 마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청년이었으며, 한침은 아버지가 살해된 그날 이후 살아남기 위해 친구와 가족까지 차례로 잘라내야 했던 사람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무뚝뚝한 말투 뒤에는 그날의 피로가, 누군가의 차가운 결정 뒤에는 우리가 끝내 모를 무게가 쌓여 있다. 〈무간도 2〉는 이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을 두 시간 가까이 차분하게 응시한다.
3. 1997년 홍콩, 권력의 지형이 흔들리던 시간
〈무간도 2〉가 결코 한 인물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영화의 시간 배경이 1991년부터 1997년이라는 결정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1997년 7월 1일, 영국이 백오십 년 가까이 통치하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다. 도시 전체가 새로운 질서로 이행하던 그 시간에 마약 조직의 권력 지형 또한 함께 재편된다. 영화에서 한침이 다른 두목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절대 권력에 다가가는 과정은, 단지 한 사내의 야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가 닫히고 다른 시대가 열리는 격변기에 권력이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다시 짜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풍경이기도 하다.

4.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란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1926년 체포된 뒤 1937년 옥중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십 년 동안 감옥에서 방대한 글을 남겼다. 그의 생각이 가장 정교하게 담긴 《옥중수고(Quaderni del carcere)》에서 그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권력은 왜 그토록 쉽게 무너지지 않는가. 그가 내놓은 답이 바로 '헤게모니(egemonia)'였다. 지배 권력이 단지 군대와 경찰의 강제력에만 기대고 있다면 그 힘은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진짜로 오래 가는 권력은 학교와 미디어, 종교,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적 관습 속에서 피지배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낼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강제와 동의의 결합, 그것이 그람시가 본 권력의 본모습이었다.
5. 한침의 등극, 강제와 동의 위에 세워진 권력
이 시선으로 〈무간도 2〉의 한침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의 권력이 결코 단순한 폭력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렷이 드러난다. 그는 분명 다른 두목들을 차례로 제거하는 강제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가 같은 시기에 더 공들여 한 일은, 다른 두목의 부하와 가족, 그리고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자발적인 충성을 얻어내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인물로 보이게 만들었고, 1997년이라는 격변기 앞에서 사람들이 자기 발로 그의 그늘 아래 들어오게 했다. 그의 권력은 강제와 동의가 함께 짜낸 그물 위에 서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1편에서 우리가 본 한침의 압도적인 자리는, 바로 이 6년의 헤게모니가 천천히 다져낸 결과였다.
6. 우리는 어떤 헤게모니 안에 살고 있는가
영화가 끝나고 가장 오래 머문 생각은 한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그늘 아래 들어가던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누구도 강요받지 않았다. 다만 자기 사정이 있었을 뿐이다. 가족을 지켜야 했고, 빚을 갚아야 했고,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남아야 했다. 그 작은 사정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한 거대한 권력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 그람시가 평생 우리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도 결국 이 자리에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헤게모니 안에 살고 있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권력에 어떤 작은 동의를 보태고 있는가. 〈무간도 2〉가 한 도시의 어두운 시간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일상에 관한 영화로 읽히는 이유는,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인 〈무간도 3〉으로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