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개봉한 〈더 럭키 원(The Lucky One)〉은 미국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이라크에 파병된 해병대 로건은 어느 날 길에서 한 여인의 사진을 줍고, 그 직후 자리를 옮긴 덕분에 박격포 공격에서 살아남는다. 동료가 사진 속 여인을 "수호천사"라 부르며 농담을 던진 그날부터, 로건은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가 이 작은 사진 한 장 때문이라고 믿게 된다. 전역 후 그는 사진 속 단서만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의 작은 마을까지 그녀를 찾아 떠난다. 우연히 주운 사진 한 장이 어떻게 한 사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지, 이 영화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보여준다.

1. 유튜브 쇼츠로 만난 더 럭키 원 영화 후기
사실 이 영화를 챙겨 보려고 마음먹고 본 건 아니었다. 평소처럼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가 한 여인의 사진을 들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잭 에프론의 짧은 장면 하나에 이상하게 시선이 멈췄다. 무슨 영화인지 검색해보니 2012년에 나온 로맨스 영화 〈더 럭키 원〉이었고, 별 기대 없이 OTT로 틀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다. 화려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장면은 없는데, 잔잔하게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잭 에프론이 그동안 가졌던 청춘스타 이미지를 살짝 벗고 묵직한 군인 역할을 꽤 잘 소화해서 의외였고, 상대역 테일러 실링이 보여주는 단단한 미혼모 캐릭터도 인물에 깊이를 더해줬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루이지애나의 강가, 켄넬, 비 내리는 밤 같은 화면 하나하나가 마치 잘 찍은 사진집을 넘기는 것 같았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스파크스식 신파"라는 평가도 많지만, 별 기대 없이 본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익숙한 결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가볍게 마음 쉬어가고 싶은 밤에 보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

2. 니체 아모르 파티, 우연을 운명으로 끌어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1882년에 펴낸 《즐거운 학문(Die fröhliche Wissenschaft)》에서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개념을 처음 본격적으로 꺼내놓는다. 라틴어로 직역하면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는 단순히 닥쳐온 일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내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심지어 우연이라 부를 만한 사소한 사건까지도 "이것이 바로 내 운명이었다"라고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사랑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가리킨다. 니체는 길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 하나조차 다시 한 번 똑같이 일어나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우연과 운명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시선, 그것이 아모르 파티의 핵심이다. 길에서 우연히 주운 사진 한 장을 자기 생명의 은인이라 믿고, 그 우연을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운명으로 받아들여 길을 떠난 로건의 모습은, 니체의 이 오래된 개념을 영화 한 편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3. 우연과 운명, 우리 삶에도 그런 사진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만약 로건이 그날 그 사진을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사진을 주웠더라도 그저 신기한 우연쯤으로 흘려보냈다면. 아마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로건은 우연을 우연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운명으로 끌어안은 사람이고, 바로 그 선택이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끈 셈이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에도 비슷한 순간들이 분명 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사람, 별 생각 없이 클릭한 영상 하나, 무심코 펼친 책 한 페이지가 몇 년 뒤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다만 그것을 그저 지나가는 우연으로 둘지, 아니면 의미 있는 운명으로 받아들여 한 걸음 내디딜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더 럭키 원〉이 잔잔한 로맨스 영화 한 편을 넘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쇼츠 속 짧은 장면이 이끈 우연한 만남이 오늘의 이 글로 이어진 것처럼, 어쩌면 모든 운명은 작은 우연의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