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3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 영화가 역사를 불태울 때, 그리고 벤야민이 말한 구원의 역사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늘 한 가지 기분에 사로잡힌다. 방금 내가 본 것이 영화에 대한 영화, 그러니까 영화라는 매체 그 자체를 향한 한 편의 열렬한 헌사였다는 감각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특히 그렇다. 이 영화는 2차대전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역사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역사를 통째로 다시 쓴다. 그것도 영화라는 무기를 들고서.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알도 레인 중위와 그가 이끄는 나치 사냥 특공대 바스터즈, 그리고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유대인 소녀 쇼샤나. 이 두 갈래의 이야기가 한 극장에서 만나 폭발하는 그 결말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왜냐하면 그 장면에서 히틀러가, 나치 수뇌부 전체가, 한 극장 안에서 .. 2026. 7. 17. 범죄도시 — 마석도의 주먹, 그리고 벤야민이 말한 정의라는 이름의 폭력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 한국 액션 영화의 한 상징이 되었다. 마동석이라는 한 배우의 거대한 주먹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그 주먹 한 방에 악당이 나가떨어질 때마다 영화관 전체가 통쾌함으로 들썩인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2017년의 범죄도시1이었다.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그 감각이 아직 생생하다. 가리봉동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는 장첸이라는 한 잔혹한 범죄자, 그리고 그를 쫓는 괴물 같은 형사 마석도. 두 사람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그 압도적인 긴장과, 마석도의 주먹이 장첸을 제압하는 그 마지막의 통쾌함. 분명히 잘 만든 오락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통쾌함 한가운데에서 한 가지 묘한 질문이 떠올랐다. 마석도가 장첸을 제압하는 그 방식은, 과연 장첸의 방식과 얼마나 다른가.마석도의.. 2026. 6. 19. 마이클 영화 후기와 벤야민의 아우라로 본 전기 영화의 한계 최근 개봉한 〈마이클(Michael)〉은 전 세계 음악사에서 가장 큰 별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옮긴 전기 영화다. 그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잭슨 파이브의 무대부터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하던 시기를 거쳐 〈Bad〉 투어의 한 장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자체는 잘 만든 편이지만 한 사람의 거대한 일생을 두 시간에 담는 일에는 끝내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 글에서는 직접 본 감상과 함께, 독일 사상가 발터 벤야민이 1936년에 제시한 '아우라' 개념을 빌려 전기 영화라는 장르가 마주하는 가장 깊은 한계를 들여다보려 한다.1. 서수원 롯데시네마에서 본 마이클 영화 후기서수원.. 2026. 5.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