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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철학22

월드워Z 다시 보고 — 좀비라는 이름의 페스트, 그리고 카뮈 좀비 영화 중에 단연 1등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월드워 Z를 꼽는다. 넷플릭스에 떠 있을 때마다 자꾸 다시 누르게 되고, 어느새 몇 번을 봤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만큼 봤다.이 영화만큼은 왜 그렇게 특별한가? 처음에는 그 답을 잘 몰랐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분명해진 것은, 월드워 Z가 좀비 영화의 옷을 입은 다른 무엇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알베르 카뮈가 1947년에 쓴 《페스트》와 같은 결을 가진 영화라고 해도 좋다.평범한 가장이 다시 직업으로 돌아간다는 것월드워 Z의 주인공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은 흔한 액션 영웅이 아니다. 첫 장면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시리얼을 따라주고 아내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한 가정의 아빠다. 그러나 그가 한때는 UN의 위기조사관이었고, 가족과 더 많은 .. 2026. 5. 28.
라라랜드 영화 후기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로 본 꿈과 사랑의 부재 2016년에 개봉한 〈라라랜드(La La Land)〉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만든 뮤지컬 로맨스 영화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엠마 스톤이 연기한 배우 지망생 미아가 LA라는 도시 위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꿈을 향해 달리다, 결국 서로 다른 자리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화려한 뮤지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두고두고 마음을 누르는 무거운 질문 하나가 깔려 있다. 한 사람이 자기 꿈과 자기 사랑을 동시에 손에 쥐는 일은 정말 가능한가. 이 글에서는 안산 롯데시네마에서 처음 본 뒤 OTT로 여러 번 다시 본 감상과 함께,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빌려 영화가 마지막에 우리에게 남기는 그 깊은 여운을 들여다보려 한다.1. 안산 롯데시네마.. 2026. 5. 21.
노트북 영화 후기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로 본 매일의 사랑 2004년에 개봉한 〈노트북(The Notebook)〉은 닉 카사베티스 감독이 미국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1996년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로맨스 드라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설은 스파크스가 결혼 직후 아내의 조부모로부터 직접 들은 실제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집필한 실화 기반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요양원에서 노신사 듀크가 치매를 앓고 있는 여인에게 노트북에 적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매일 읽어준다. 그러나 그 단순한 구조 안에 사랑이라는 단어로 묶어두기 어려운 깊이가 천천히 펼쳐진다.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로 본 감상과 함께, 독일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1956년에 펴낸 《사랑의 기술》을 빌려 영화가 가장 묵직하게 묻고 있는 한 가지를 들여다보려 한다.1. 넷플.. 2026. 5. 20.
마이클 영화 후기와 벤야민의 아우라로 본 전기 영화의 한계 최근 개봉한 〈마이클(Michael)〉은 전 세계 음악사에서 가장 큰 별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옮긴 전기 영화다. 그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잭슨 파이브의 무대부터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하던 시기를 거쳐 〈Bad〉 투어의 한 장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자체는 잘 만든 편이지만 한 사람의 거대한 일생을 두 시간에 담는 일에는 끝내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 글에서는 직접 본 감상과 함께, 독일 사상가 발터 벤야민이 1936년에 제시한 '아우라' 개념을 빌려 전기 영화라는 장르가 마주하는 가장 깊은 한계를 들여다보려 한다.1. 서수원 롯데시네마에서 본 마이클 영화 후기서수원.. 2026. 5. 15.
미 비포 유 영화 후기와 칸트, 밀이 던지는 존엄사 윤리의 두 얼굴 2016년에 개봉한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영국 작가 조조 모예스의 동명 소설(2012)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우연한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청년 윌(샘 클라플린)과 그의 새 간병인이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의 만남을 그린 멜로 드라마지만, 영화가 진짜로 끝까지 던지고 있는 질문은 사랑보다 훨씬 무거운 자리에 있다. 한 사람이 자기 죽음의 시간과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은 과연 정당한가,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 의무의 위반인가. 이 글에서는 OTT로 본 감상과 함께, 임마누엘 칸트와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두 거인이 이 질문 앞에 내놓은 정반대의 답을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1. Wavve로 본 미 비포 유 영화 후기평소처럼 Wavve를 둘러보다가 익숙한 .. 2026. 5. 14.
내 이름은 영화 후기와 폴 리쾨르의 기억과 망각으로 본 잃어버린 이름 2026년 4월에 개봉한 〈내 이름은〉은 정지영 감독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영화이자, 9,778명의 시민이 직접 후원해 시작된 작품이다. 제7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었고,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영화는 촌스러운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하는 1998년 봄의 열여덟 살 아들 영옥(신우빈)과, 여덟 살 이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진 채 살아온 그의 어머니 정순(염혜란)의 두 시간을 천천히 교차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관에서 직접 본 감상과 함께,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기억과 망각' 개념을 빌려 영화가 들려주는 한 가지 약속을 들여다보려 한다.1. 롯데시네마 서수원에서 본 내 이름은 영화 후기롯데시네마 서수원에서 〈내 이름은〉을 봤다. 평.. 2026.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