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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27

퓨리 — 워대디의 마지막 자리, 그리고 레비나스가 말한 얼굴 브래드 피트가 나오면 일단 보게 된다. 퓨리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처음 봤을 때는 2차대전 액션 영화 한 편을 본다는 마음이었는데, 영화가 끝났을 때 손에 남은 것은 액션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끝까지 함께한 다섯 사람의 얼굴이었다.퓨리가 끝나고 한참 뒤에도 분명해진 것 한 가지가 있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옷을 입은 우정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그 우정 영화의 옷 안쪽에 한 가지가 더 들어 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액션이라는 옷, 우정이라는 본문퓨리는 1945년 독일 영토 안쪽, 2차대전 유럽 서부전선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미군 셔먼 전차 한 대 안에 다섯 명의 승무원이 있다. 차장 워대디 돈 콜리어(브래드 피트). 기독교인 보이드 "바이블" 스완(샤이아 라보프). .. 2026. 5. 29.
월드워Z 다시 보고 — 좀비라는 이름의 페스트, 그리고 카뮈 좀비 영화 중에 단연 1등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월드워 Z를 꼽는다. 넷플릭스에 떠 있을 때마다 자꾸 다시 누르게 되고, 어느새 몇 번을 봤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만큼 봤다.이 영화만큼은 왜 그렇게 특별한가? 처음에는 그 답을 잘 몰랐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분명해진 것은, 월드워 Z가 좀비 영화의 옷을 입은 다른 무엇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알베르 카뮈가 1947년에 쓴 《페스트》와 같은 결을 가진 영화라고 해도 좋다.평범한 가장이 다시 직업으로 돌아간다는 것월드워 Z의 주인공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은 흔한 액션 영웅이 아니다. 첫 장면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시리얼을 따라주고 아내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한 가정의 아빠다. 그러나 그가 한때는 UN의 위기조사관이었고, 가족과 더 많은 .. 2026. 5. 28.
F1 더 무비를 열 번 봤다 — 브래드 피트의 소니, 그리고 들뢰즈가 말한 유목민의 삶 같은 영화를 열 번씩 보는 일은 사실 흔치 않다. 그런데 F1 더 무비는 그렇게 본 영화다. 처음 본 뒤 며칠 만에 한 번 더, 그러다 출근길에 OST를 듣다 또 한 번, 주말마다 한 번씩,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열 번이 넘었다.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박힌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라는 한 남자, 다른 하나는 F1이라는 무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얹혔다. 소니가 살아가는 방식,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서킷으로 또 그다음 서킷으로 떠도는 그 삶이, 어쩌면 내가 평생 꿈꿔온 풍경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이었다.브래드 피트의 소니, 가슴이 울리는 한 남자원래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 자체를 좋아한다. 그런데 F1에서 그가 그려낸 소니 헤이.. 2026. 5. 24.
어바웃 타임 다시 보고 — 결국 남는 건 아버지와의 시간이다 좌석에 앉아 어둠이 내릴 때 가만히 화면만 응시하는 것이 내가 영화를 보는 방식이고, 그래서 어떤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은 나에게는 "그 영화 안의 어떤 한 장면 앞에서 시간이 오래 멈췄다"는 뜻에 가깝다.어바웃 타임은 그런 영화 중 하나다. 다시 볼 때마다 그 멈춤의 위치가 달라진다.처음 봤을 때는 시간여행 설정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색한 첫 만남을 무한히 다시 살아볼 수 있다거나, 망친 데이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발상. 사랑 영화의 새로운 문법 같았다.세 번째, 네 번째 다시 보고 나니 분명해졌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 영화도 아니고 사랑 영화도 아니다. 아버지 이야기다.아버지가 비밀을 알려주는 첫 장면팀의 아버지(빌 나이)가 아들에게 가문의 비밀을 알려주는 장면을 다시 떠올려본다.. 2026. 5. 22.
라라랜드 영화 후기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로 본 꿈과 사랑의 부재 2016년에 개봉한 〈라라랜드(La La Land)〉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만든 뮤지컬 로맨스 영화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엠마 스톤이 연기한 배우 지망생 미아가 LA라는 도시 위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꿈을 향해 달리다, 결국 서로 다른 자리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화려한 뮤지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두고두고 마음을 누르는 무거운 질문 하나가 깔려 있다. 한 사람이 자기 꿈과 자기 사랑을 동시에 손에 쥐는 일은 정말 가능한가. 이 글에서는 안산 롯데시네마에서 처음 본 뒤 OTT로 여러 번 다시 본 감상과 함께,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빌려 영화가 마지막에 우리에게 남기는 그 깊은 여운을 들여다보려 한다.1. 안산 롯데시네마.. 2026. 5. 21.
노트북 영화 후기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로 본 매일의 사랑 2004년에 개봉한 〈노트북(The Notebook)〉은 닉 카사베티스 감독이 미국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1996년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로맨스 드라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설은 스파크스가 결혼 직후 아내의 조부모로부터 직접 들은 실제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집필한 실화 기반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요양원에서 노신사 듀크가 치매를 앓고 있는 여인에게 노트북에 적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매일 읽어준다. 그러나 그 단순한 구조 안에 사랑이라는 단어로 묶어두기 어려운 깊이가 천천히 펼쳐진다.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로 본 감상과 함께, 독일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1956년에 펴낸 《사랑의 기술》을 빌려 영화가 가장 묵직하게 묻고 있는 한 가지를 들여다보려 한다.1. 넷플.. 2026. 5. 20.